단테의 애인
- 베아트리제 4
박일만
그대 영혼을 엿보면 알 수 있네
레테 江의 맑고 지순한 마음, 그로 인해
끝끝내 그댈 놓치 못하는,
무겁고 고단한 날개를 접고
늘 그대 곁에 작은 몸 뉘이고 싶어지는,
맹렬한 불길 다스리시고 마음의 벽들 곱게 허물어
두려움을 쫓아내시는 아름다운 손길
그대는 태고의 처녀림이네
깊고 푸르른 젊은 숲이네
숲속엔 피아노 건반 위를 뛰어다니는 햇빛과
튀어오르는 물고기들의 은빛 춤들
기품있는 나무들 일제히 사랑 노래 부르면
꽃구름 밟고 그대 오시네, 그 높은 곳에서
마음을 온통 뚫고 그대 다가올 때
층층이 맴돌던 불면의 밤도 사라지네
세상을 밝히는 불꽃의 근원이신
아름다운 그대의 영혼을 불면
세상은 선율 고운 악보가 될 것이네
숨결도 고운, 숨결이 고운 그대
계단을 올라가는 계단
조말선
누군가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위에 앉아 있었다 나는 계단을 올라가다가 일곱 번째 건반을 지긋이 울었다 내가 수납해놓은 음악이 기웃 내려앉았다 상승하던 나는 풀이 죽었다 어쩔 거니? 집으로 데려갈 거니? 누군가 파도치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옆에 내려놓은 물통에서 조금씩 물이 새어나왔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계단을 도로 내려갔다 누군가 새는 물통을 들고 여덟 번째 계단을 건너뛰어가고 있었다 나는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나는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누군가 이층으로 가고 있었다 나는 영화의 삽입곡처럼 중간에 끼어 있었다
신생 제5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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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8⌒02:59:20, Hit : 1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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