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품을 통해 본 성현들의 우주관과 세계관
퇴계선생 18세 작: 遊春詠野塘一絶
露草夭夭繞水涯 小塘淸活淨無沙
雲飛鳥過元相管 只 忄白時時燕蹴波
이슬 머금은 풀은 난들난들 물가에 둘러 있고
조그만 연못 맑고 깨끗하여 모래조차 없구나
비껴가는 구름과 지나가는 새는 본디부터 서로 어울리나
이따금씩 물을 차고 가는 제비 물결 일으킬까 두렵노라
[감상] 얼핏 보기에는 화창한 봄날의 정경을 잘 묘사한 시로만 여기기 쉽다. 기승전결의 기에에서 특히 “오오요요요우에”의 절묘한 음율이 한시의 묘미를 더한다. 다시 음미하면 지상의 생명감 넘치는 싱그러운 풀, 침체되지 않은 연못의 맑은 물, 하늘의 구름과 새들의 자유로운 비상이 균형과 조화를 이룬 세계가 한폭의 동양화처럼 눈에 삼삼하게 떠오른다. 하지만 이것에만 그치지 않고 실은 자연 사실의 조화상을 간파하여 형이상학(形而上學)적인 이(理)와 기(氣)의 조화세계를 깨닫게 하는 시다.
철학에 있어서 현상의 파악, 본체의 터득, 초월의 문제는 논리를 확립하는 핵심적인 문제라고들 한다. 이 시를 지은 이듬해 태극설을 중심으로 한 주석들을 모은 성리대전을 독파하여 “마음 속에서 태허(太虛)를 보았노라”고 하였다.
율곡선생 19세 작: 鳶魚詩
魚躍鳶飛上下同 這般非色亦非空
等閑一笑看身世 獨立斜陽草木中
물고기 뛰고 솔개 날아가니 위와 아래가 같도다
모든 것이 색이 아니고 공 또한 아니로다
한가로이 웃음 웃고 이내 몸을 바라보니
햇빛 비낀 초목가운데서 홀로 우뚝 섰노라
[감상] 자연세계의 정경과 그 속에서의 자신을 발견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표현하였다. 아래로는 물고기 뛰고 위로는 솔개 날아가는 이치가 형이하와 형이상을 상징하면서 위와 아래가 모두 같은 이치라는 것을 지적한 시다. 또한 이 모든 것이 바로 불교에서 말하는 색즉시공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는 것이다.
이 시는 금강산 유점사에서 더 들어간 어느 암자에서 참선을 닦고 있는 승려를 찾아가 문답하다가 지어준 시로서 이를 보고 나서야 참선 수행 승려는 자기가 여느 사람과 다른 인물을 만나고 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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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5⌒16:50:00, Hit : 1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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