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시론과 화론 1 신생 창간호에서
― 산수시와 산수화
정상홍
1. 들어가는 말
"詩情畵意"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시와 그림이 함께 있는 유형 무형의 공간을 말한다. 시인과 화가의 정신, 시와 그림의 정수를 뜻하는 이 구절을 붓글로 멋지고 힘있게 써서 벽에 걸어놓으면 詩心과 자연이 함께 생활공간에서 숨쉬고 있는 듯 느껴진다. 다소 소박하지만 '樂亦在其中'이다. 그리고 그보다는 眞景山水이거나 상상 속의 산수를 그려서 그 적당한 여백에 한시를 써넣고 붉은 낙관을 여기 저기 찍은 산수화를 벽에 걸어놓고 때때로 그 畵境 속으로 뛰어 들어 간다면 산수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仙境이 따로 없을 것이다.
북송의 대표적인 시인이자 서예가인 黃庭堅(1045-1105)은 동시대의 화가 郭熙의 그림을 보고 [옥당에 누워 곽희의 그림을 대하니, 흥이 일어 이 몸은 이미 푸른 숲 속에 있구나([次韻子瞻題郭熙畵秋山] 玉堂臥對郭熙畵, 發興已在靑林間)]라고 감탄하면서 그림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림에 대한 칭찬과 예술가적 감식안에 대한 자신감에다 시적 재치 내지는 참신한 발상까지 덤으로 담았다.
江山과 泉石의 빼어남을 보고 반드시 던지는 말이 있다. "그림같다!"고. 누가 그린 그림인가? 그래서 [하늘이 그림을 열어 펼쳤으니 그게 곧 강산(天開圖畵卽江山)]이요 [몸이 그림 속에 있다(身在圖畵中)]라는 말이 생겼다. 강산이 그림처럼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보다 造化翁인지 창조주인지 하늘이 최상의 빼어난 그림을 그렸는데 그게 이 강산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미학적이고 예술적이다. 눈앞에 보이는 조화옹의 생기 넘치는 창작품을 보고 마음 속에 담아놓았다가 참을 수 없는 열망으로 화폭에 옮기는 화가의 심정은 기실 神을 조각하기 위해 바위를 앞에 두고 그 바위와 내면의 대화를 나누면서 바위 속의 신에게로 접근했거나 바위로 신의 형상을 만들었다는 로댕과도 같을 것이다.
화가는 왜 산수자연을 화폭에 담으려 하는가? 산수자연에 어떤 의미가 숨겨져 있다는 것일까? 산수의 겉모양, 그 드러난 표정이 중요한 것인가? 그 산수가 지니는 '의미', 눈을 비롯한 오관만으로는 쉽게 포착할 수 없는 그 정신이 중요한 것인가? 기실은 겉과 속이 합치되고 조화되어야 하는 것이려니 하지만 그건 또 어떤 것인지?
봉건왕조에서 관직이 세습되고 과거시험이 공개적으로 시행되기 전, 힘없는 피지배자들은 오직 자신의 능력만을 믿고 신분상승을 추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며, 지배세력들은 젊은 피를 수혈하여 인재의 신진대사를 꾀했다. 별 다른 방법이 없다. 문벌을 찾아가 재능과 경륜과 포부를 직접 드러내 보여야 하고 윗 사람은 그걸 변별하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에 인물감식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人物志 라는 전문서적도 나온다. 사람의 어떤 면을 보고 선발하는가? 겉보기(형체, 용모, 언어, 소리, 풍도)와 속보기(재능, 지혜, 정신)에 대한 연구가 강화된 것이며 그 둘의 통일을 지향한다. 조조의 감식안은 유명하다. 고개지의 인물화에서 겉을 그리되 속의 정신까지도 표현해야 한다는 傳神論 이나 그 핵심이 '눈'에 있다는 말은 이를 단적으로 반영한다. 산수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크게 보면 사회 정치현실의 변화도 유사한 듯이 보인다.
고대에서 중세에 이르는 동안의 중국에서 사회 정치를 다루는 政論들 중에 성현의 말을 해석하는 방법에 대한 논쟁이 많았다. 나라와 백성을 다스리는 봉건왕조의 기본구조 속에 유가의 경전을 그대로 따라야 했던 기나긴 세월이 있었고, 그 사이사이 혁신적인 젊은 논객이나 문인, 정치가들이 성현의 '말씀(言)'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말씀 배경의 '뜻(意)'이 중요한 것임을, 그래서 시대의 변천에 따라 그 말씀의 적용 또한 달라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개진한 것과도 유사하다. 대개 유가의 덕치주의와 법가의 법치주의의 논쟁이나 보수와 진보의 창조적 갈등처럼 보이기도 하는, 특히 북송시대의 지식인 관료들이 그 '뜻'을 중시하였다.
이것이 莊子에서부터 제기되어온 문학과 철학사상에서의 '言意之辨' 논쟁이기도 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술이나 어떤 종류의 기능일지라도 莊子의 말처럼 지난한 세월 동안의 기교적 숙련을 거치면서 道의 경지로 나아간다. 이른바 [技進於道]이다. 그리고 그러한 모습은 겉과 속이 조화된 [文質彬彬]으로 나타난다.
畵家는 조화옹의 창조물을 화폭에 '재현' 하거나 또는 그 정신을 '표현' 한다. 그게 제대로 되었을 때 감상자는 그 그림을 통해 다시 강산 속으로 들어가서 한 마리의 독수리나 학처럼 자유자재로 비행하며 즐긴다. 그러면 시인은 그 천박하고 불결한 언어로 자연과 인간과 사회를 노래하는가. 동양의 시인에게 언어는 발레리의 말처럼 그렇게 생활의 찌꺼기는 아니었다. 노동을 북돋우고 신(조상을 포함한)을 찬미하고 세상을 밝게 보고 무리지어 절차탁마하고 풍자도 하고 임금과 어버이를 섬기고 자연의 많은 동식물의 이름을 알게하는 이른바 심미작용과 교육작용까지도 겸하고 있었다.
儒家的 詩敎 즉 시의 가르침인 溫柔敦厚의 오랜 시간을 지나 중국의 시는 교훈과 도덕의 굴레를 벗어버리기 시작하면서 개인의 내적 정서와 산수자연에 경도되었고 기교적 수사의 날개를 달았다. 이 때가 후한 말의 혼란한 삼국시대를 거친 위진남북조 시기이다. 산수시와 산수화가 동시에 이 시기에 출현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리고 많은 뛰어난 화가들과 시인들의 교유 및 공감을 거치면서 중국의 시와 그림은 한 폭의 액자에 동숙하기에 이른다. 훌륭한 화가들의 그림에 시인들은 수려한 서체로 자신의 시를 써넣게 됨으로써 詩/書/畵의 3가지 미적 요소가 매우 교묘하게 결합하여 내용면에서 뿐만 아니라 그림의 형식적•구성적인 미감(조화미 또는 균형미)도 증강시키게 되고 회화의 조직•구성의 일부분이 되면서 동양화의 예술적 특색을 갖추게 된다. 이러한 시를 題畵詩라고 부른다.
우리는 여기서 산수를 주요소로 한 중국의 詩論과 畵論을 개략적으로 살펴보고 어떻게 접목되었는지 서로 어떤 요소에서 어떤 영향을 주고 받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아보려 한다.
2. 자연에 대한 인식과 산수화론
진정으로 독립적인 산수화는 東晉(317-420)에서 南朝(420-589)에 이르는 시기에 나타났다. 이 산수화는 같이 자연미를 표현하는 언어 예술로서의 산수시와 관련이 있으며 같은 시기에 출현했다. 산수시의 기원에 대해서는 몇 가지 학설이 있으나 [각 민족의 초기 시가의 대부분은 동작을 서술하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우연히 자연의 사물을 다룬 것이 있다. 이런 시가의 대부분은 그것을 배경으로 드러내거나 비유로 사용되었을 뿐이다. 산수시에 이르러서야 부차적인 지위에서 중요한 지위로 부상하게 되었다]고 주장한 朱光潛의 설을 따르면 晉(265-420), 宋(420-479) 때의 陶潛(365-427), 謝靈運(385-433), 謝 (464-499) 등에 의해 형성된 유형의 시를 지칭하는 것으로 한다. 그리고 唐代의 王維•孟浩然•韋應物 등에 와서는 성숙기에 도달하면서 시가에서 매우 강력한 하나의 전통을 이루게 되며, 당송에서 명청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시인치고 많은 양의 산수시를 쓰지 않은 시인이 거의 없었을 정도로 특수한 詩派를 형성하였다.
산수시는 왜 晉宋시대에 하나의 특정한 유형으로 형성되었는가? 산수시가 진송시대에 성행하게 된 주요 원인은 사회 기초의 급격한 변화에 있었다. 당시는 한족이 중원을 장기간 통치하던 말기를 거쳐 북방의 외족이 침범하면서 와해되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당시 한족의 통치 정권은 강좌에 치우쳐 있었고 사회 경제도 불안한 상태에 있었으며 시인들이 속한 사대부계층은 이러한 국면에 대해 속수무책으로 방황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통치계급 내부에서 알력이 계속되었으므로 많은 사람들은 [出世(세상 바깥으로 나가는 은둔)]사상을 지니게 되었다. 이때 불교가 중국에 전파되어 성행하기 시작했고 사대부 계층들은 불교와 老莊을 淸談하는 기풍을 조성하였다. 이에 대해 金炳宗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老莊學이 파급되면서 난세의 문인사대부 사이에는 정치적 무관심과 소외, 환멸에 의해 자연 속에서의 淸談과 風流를 지향하려는 의지가 성행하게 된다. 六朝 이래 많은 지식인들이 보인 避世的 個人主義 성향은 단순히 정치적 아웃사이더로서 소외되어지는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자연에 경도하려는 의지의 반영이었다. 그리하여 장생불사의 道敎的 神仙說의 신봉과 더불어 삶의 수양을 위한 道場으로서의 산수세계를 의지로서 동경하고, 耳目으로서 형상화하려 했던 것이다.({中國繪畵의 造形意識硏究}, 서울대학교출판부, 70면 인용)
王羲之(321-375)의 [蘭亭集序]를 읽어보면 당시 문인 및 예술가들의 생활과 사상의 일면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쨌던 세상을 벗어나는 것이 맑고 고상한 것으로 간주되던 이 시기에, 그 방법으로는 청담과 산수간에 은둔하는 것이 있는데 이 현실도피적인 경향을 고상하게 "隱逸"이라고 불렀다. 산수시인의 대부분은 은일을 표방하였고 은일시인의 으뜸으로는 陶淵明을 꼽는다.
그리고 유학이 더 이상 치세의 이념으로서의 호소력을 상실하며 玄學(노장 및 주역)의 형이상학적인 우주관을 논변하고 관리 등용에 재능을 중시하기 시작하던 이 시기에 와서 문화는 개성적이고 기교적인 ― 어떤 면으로는 퇴폐적인 ― 방향으로 전환하게 된다. 내용보다 형식을 중시하면서 수사와 聲律을 강구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謝靈運의 산수시가 대표적이다.
송초의 문장과 시는 그 문체에 계승과 혁신이 있었으니, 노장이 물러가고 산수문학이 바야흐로 많아졌다. 문채는 백 자의 대우를 아름답게 꾸몄고, 가치는 한 구의 기묘함을 다투었다. 감정은 반드시 지극한 모습으로 물체를 묘사했고 문사는 반드시 힘을 다하여 새로운 것을 추구했다.(宋初文詠, 體有因革, 老莊告退, 而山水方滋, 儷采百字之偶, 爭價一句之奇, 情必極貌以寫物, 辭必窮力以追新, 此近世之所競也.) {文心/明詩}
송초 문단의 경향을 말하고 있는데, 첫째 산수시의 출현이 노장사상과 무관할 뿐 아니라 또한 노장사상이 물러간 뒤에 산수시가 성립될 수 있었다고 쉽게 오해할 소지가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老莊告退'는 노장사상이 삶 자체에서 무르녹지 못한 개념적이고 추상적인 현학이 생경하게 드러나는 것을 말한다. 중국문학사에서 이런 시를 玄言詩라고도 부른다. 산수시를 처음이자 본격적으로 지었다고 하는 사령운의 시에도 현학의 생경한 어투가 많이 남아 있다. 사실 산수시의 정신적 사상적 배경은 노장에서 찾는 것이 가장 타당할 것이다. 그런데 노장이 물러가고 산수시가 많아졌다는 것은 노장사상의 티가 사라지면서 산수시에 녹아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시대 사회의 변천과 더불어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있다. 산수시와 산수화가 출현하고 발전하려면 당연히 산수자연이 주는 미적 감흥에 대한 인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들은 산수자연에서 어떤 미학을 발견했는가? '그림같이' 아름다운 강산이 인간에게 어떤 미덕이나 정서, 철리 등을 주는가? 풍광 좋은 산수자연을 찾아 즐기고 머무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거기에 무슨 이유를 대는가? 그런대로 이유는 있을 터이다. 산수화이든 花鳥圖이든 국내외의 경치좋은 산수의 사진이든 유명 탈랜트의 대형 사진이든 액자나 판넬을 걸어놓지 않은 가정이나 방은 없다. 위진남북조시대의 시인이나 화가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우선 유가의 자연관을 정리해보자.(吳允淑 [劉長卿•韋應物 自然詩 比較硏究] 성균관대 박사논문 참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공자의 말에 [지혜로운 이는 물을 좋아하고, 어진 이는 산을 좋아한다. 지혜로운 자는 움직이고, 인자한 자는 조용하며, 지혜로운 자는 즐기고, 인자한 자는 장수한다.(知者樂水, 仁者樂山. 知者動, 仁者靜. 知者樂, 仁者壽.)]( 論語•雍也 )라고 했다.
유가에서는 자연을 유가적 덕목의 상징으로 삼아, 지혜로운 자는 물처럼 끊임없이 변화하며 적응하고, 어진 이는 산처럼 묵직하고 안정감 있게 늘 그 자리에 있음을 가리킨 말로 이해해왔다. 나아가서는 산은 남성적인 장엄미를 갖추고 있고, 물은 여성처럼 부드럽고 섬세하여 유연한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것은 유가의 도덕적 윤리적 덕목에서 한걸음 나아가 심미적 인식에까지 나아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공자의 詩經에 대한 인식과 시경의 창작방법인 六義의 해석은 자연과 유교적 덕목의 융합을 거친 유가의 심미적 관점이 반영된 것이다.
왜 "지혜로운 자는 물을 좋아하고, 어진 이는 산을 좋아한다"고 말하는가? 여기에는 유가의 자연관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孔子는 물(水)에 대해서 깊은 이해와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공자는 강물 위에서 [가는 것이 이와 같아서 낮과 밤을 쉬지 않는구나!(在川上曰, 逝者如斯, 不舍晝夜)]( 論語•子罕 )라고 탄식하였다. 이에 대한 朱憙의 해석은 다음과 같다.
천지의 조화가 앞서 가는 것은 지나가고 뒤이어 오는 것은 계속 이어져 한 순간의 멈춤도 없으니, 이것이 곧 道體의 本然이다. 그러나 가리켜 쉽게 보일 수 있는 것은 냇물의 흐름과 같은 것이 없다. 그러므로 이를 드러내어 사람에게 보여서 배우는 자로 하여금 때때로 성찰하여 터럭만한 틈이라도 멈춤이 없게 하고자 함이다.(天地之化, 往者過, 來者續, 無一息之停, 乃道體之本然也. 然其可指而易見者, 莫如川流. 故於此發以示人, 欲學者時時省察, 而無毫髮之間斷也)
그리고 다시 程子의 말을 인용하기를 [이것이 道體이다. 하늘의 운행이 그치지 아니하여 해가 가면 달이 오고 추위가 가면 더위가 오며, 물은 흘러서 쉬지않고 사물은 생겨나서 다함이 없으니, 모두 道와 더불어 體가 되어 낮과 밤으로 운행하여 그침이 없는 것이다. 이로써 군자가 이를 본받아 自强不息하여 그 지극함에 이르러서는 순수함이 또한 끊임이 없다.(此道體也. 天運而不已, 日往則月來, 寒往則暑來, 水流而不息, 物生而不窮. 皆與道爲體, 運乎晝夜, 未嘗已也. 是以君子法之, 自强不息, 及其至也, 純亦不已焉)]라고 하였다.
유학이 시대를 따라 변화해왔기 때문에 공자의 정확한 의도를 다 반영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최소한 그 시대를 대표하는 학자의 논술에서 당시의 유학이 지니고 있는 학풍과 의식을 읽을 수는 있을 것이다. 물을 아름다운 자연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흐름이 지니고 있는 내면적인 성질을 인간으로서 배워 지녀야할 덕목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때를 만나지 못하여 은거할 때에도 자연을 보면서 자연과의 친화를 통해 자신의 성품을 기르는 것이다.
그 덕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다음은 공자와 그의 제자 子貢의 대화이다.
자공이 물었다. "군자가 큰 물을 보면 반드시 그것을 감상한다고 하였는데 그건 무슨 까닭입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무릇 물은 군자가 德에 비유하기 때문이다. 두루 베풀어 사사로움이 없는 것은 德과 같고, 이르는 곳마다 생명이 있도록 하는 것은 仁과 같으며, 낮은 곳으로 흐르면서 그 曲直이 모두 그 이치를 따르는 것은 義와 같고, 낮은 곳은 흘러 움직이고 깊은 곳은 측량할 수 없으니 이는 智慧와 같으며, 백 척의 깊은 계곡으로 달려가면서도 의심하거나 주저함이 없는 것은 勇과 같고, 성질은 유약하면서도 미세한 것이라도 도달하지 않음이 없는 것은 明察함과 같고, 더러운 것을 받으면서 거절하지 않는 것은 貞과 같으며, 깨끗하지 않은 것을 용납하여 받아들이고 신선하고 청결한 것을 내보내니 이것은 敎化를 잘 하는 것과 같고, 容器에 넣으면 반드시 평형을 유지하는 것은 公正함과 같으며, 가득차면 평미레질하지 않아도 저절로 반듯해지는 것은 法度가 있는 것과 같고, 온갖 곡절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동쪽으로 흐르는 것은 意志가 있는 것 같다. 이런 까닭으로 군자가 큰 물을 보면 그것을 감상하고자 하는 것이다"(子貢問曰,[君子見大水必觀焉, 何也?]孔子曰,[夫水者君子比德焉. 遍予而無私, 似德. 所及者生, 似仁. 其流卑下, 句倨皆循其理, 似義. 淺者流行, 深者不測, 似智. 其赴百 之谷不疑, 似勇. 綽弱而微達, 似察. 受惡不讓, 似貞. 包蒙不淸以入, 鮮潔以出, 似善化. 主量必平, 似正. 盈不求槪, 似度. 其萬折必東, 似意. 是以君子見大水觀焉爾也])
그리고 子貢은 나아가 왜 "仁者樂山" 하는지 묻는다.
"仁愛한 사람은 왜 산을 좋아합니까?" "높은 산은 험준하며 면면히 이어져 있어서 온 백성들이 바라보고 仰慕하는 대상이다. 초목은 그 위에서 자라고 많은 생물들이 그 위에서 깃을 튼다. 새들은 그 위에 모이고 짐승들은 거기에서 쉬며 귀한 자원들도 거기에서 생성되니 출중한 은사가 거주하며 만물을 양육하면서 권태롭지 않고, 사방의 사람들이 모두 각기 필요한 것을 취해도 제한이 없다. 바람과 구름이 생겨나서 천지 사이에 기를 유통케하니 국가가 이로써 이루어진다. 이것이 仁愛한 자가 산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詩}에 [태산이 우뚝하여 노나라 어디서나 우러러보네]라고 했는데 이것이 산을 좋아하는 것을 이른 것이다."
([夫仁者何以樂山也?] [夫山 로(山累) , 萬民之所觀仰. 草木生焉, 衆物立焉, 飛禽萃焉, 走禽休焉, 寶藏殖焉, 奇夫息焉, 育群物而不倦焉, 四方幷取而不限焉. 出雲風, 通氣于天地之間, 國家以成. 是仁者之所以樂山也.] {詩} 曰, [泰山巖巖, 魯侯(또는 邦)是瞻], [樂山之謂也.])( 說苑 권17 참조)
山水의 성질로써 인간이 배워야할 德目을 풀이하였는데 이것은 산수자연을 자세히 관찰한 다음에 얻은 결론이다. 格物致知인 셈이다. 仁者가 산을 좋아하는 것은 草木이 나고 鳥獸가 모이는 그 모든 것을 포용하고 생육하는 것이 마치 儒敎의 仁을 말없이 실천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물을 바라볼 때 애정과 미감이 없을 수 없다.
이렇게 山水間에는 仁義禮智信勇 등의 덕목이 항상 있으며, 뜻 있는 사람은 그 속에서 심신을 닦을 수 있다.
晉宋시기 宗炳과 王微의 화론을 바탕으로 그들의 자연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지 살펴보자.
宗炳의 [畵山水序]에서 가장 중요하고 분명한 것으로, 위진미학에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形神(형상 또는 육체와 정신)問題를 해결했다는 것. 문인 학자들이 이 문제를 최초로 제기한 후 顧愷之가 또 '以形寫神'(형상을 통하여 정신세계를 묘사함)의 관점을 명확히 제기했다. 그러나 고개지가 제기한 것은 인물화를 두고 말한 것이며 더 많은 논술은 없었다. [화산수서]는 형신문제를 산수화의 창작으로 확대시켰으며 이론적으로 논증했다. 이러한 논증은 비록 산수화에 대해 말한 것이지만 보편적인 미학적 의의가 있다.
기실 종병은 자연미를 반영하는 산수화의 작용은 "정신을 펼쳐내는 것[暢神]"이라고 생각했다. 단적으로 말해서 '暢神'이란 인간의 정신을 유쾌하게 해주는 것을 말한다. 徐復觀선생은 이를 [정신의 자유해방]이며 실로 莊子의 逍遙遊에 해당된다고 멋지게 말했다. 이는 王微의 [敍畵]에서 말한 [가을의 구름을 보면 정신이 날아오르고, 봄바람을 맞으면 생각이 호탕해지니(望秋雲神飛揚, 臨春風思浩蕩)] 음악이나 보옥과 비길 수 없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종병과 왕미의 산수화의 효용론은 기본 사상이 예술에 있어서의 미감의 향수작용을 긍정하는 것이다. 종병은 병으로 衡山에서 江陵으로 돌아온 후 다음과 같이 탄식했다. [아! 늙음과 병이 함께 이르러 아마도 명산을 두루 유람하기 어려울 듯하구나. 오직 마땅히 마음을 맑게하여 도를 보며 누워서 이를 유람해야겠구나.(歎曰, 噫! 老病俱至, 名山恐難遍遊, 唯當澄懷觀道, 臥以遊之)](張彦遠 {歷代名畵記}권6)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山水質有而趣靈'(산수 자체는 그 바탕이 하나의 모양을 갖춘 물체이지만,―(物 그 자체로 그치지 않고 그 뜻이) 神明의 상태를 지향하는 것에 대해서 김병종교수는 다음과 같이 철학적으로 풀었다. "[도를 도라고 말로 나타낼 수 있다면 그것은 도가 아니다(道可道, 非常道)] 도를 언어로 표현할 수 없다는 이 주장은 莊子에 이르러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면 도를 언어로써 한정할 수 없다는 것인가? 도는 非物이기 때문이다. 장자에 의하면 언어로써 표상할 수 있는 것은 物의 세계이고, 物로 하여금 物 되게끔 하는 道는 언어로부터 멀리 벗어나 있다. ― 노장의 사변적 형이상학의 道개념을 고대 산수화를 통해 [耳目的 價値]로 현현해 낼 수 있다는 믿음이야말로 산수가 물질이면서 동시에 靈의 상태를 지향한다는 논리를 갖게한다는 근거이다. 육조 이후 산수화가 무한경의 정신적 자유를 확보해주는 道體로서의 성격을 갖게 됨으로써 道家의 형이상적•사변적 도개념을 형이하적•구체적 현상으로 제시하였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는 것이다. 고대 산수화가 비현실적이고 관념적일 수밖에 없는 소이가 여기에 있다. 道를 현현하는 道體로서의 天地는 物의 총체이면서 동시에 속악한 현실성으로부터 멀리 있어야 하는 것이다."(pp.77-78)
여기에서의 '靈'은 [玄牝之靈]과 같은 의미로 보인다. '玄牝'은 老子 道德經 에서 나오는 말로 암컷은 유약한 것이고 새끼를 낳는다는 의미를 취해서 道에 비유한 것이다. 玄之又玄하면서 生生不息하는 道를 정신적이고도 생산적인 차원으로 달리 해석한 것이다.
'山水以形媚道'(산수는 형태로써 도를 아름답게 꾸며준다)의 관점은 현실의 산수의 감성형상적인 美가 그것이 '靈'과 '道'의 표현에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긍정했다는 것. '道'는 '神'과 서로 연관된 것("聖人以神法道": 성인은 정신으로써 도를 본받는다)이며, 山水는 '道'의 표현이며, 동시에 '神'의 표현이다. 따라서 산수화는 비록 "以形寫形, 以色貌色"하지만 그 목적은 결코 形色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산수의 '靈'을 얻는데 있다. 이것은 확실히 고개지의 '以形寫神'의 원칙이 산수화에로 확대된 것이다.
3. 4가지 관점의 중국시론
중국의 시론을 포괄적이고도 간략하게 정리하려고 해도,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다. 우선 시의 목적과 원리에 대한 중국인들의 전통적인 견해를 {中國詩學}(劉若愚 著, 李章佑 譯. {東洋美學} 토머스 먼로 저, 白琪洙 譯, 悅話堂 美術選書 43. 76면 참조)을 중심으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이 4가지 관점이 따로 독립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여기에서 나아가 시의 내용이나 풍격을 중심으로 분류할 때 좀 더 구체적이고 자세한 용어들을 만날 수 있다.
1) 道學的(道義敎育과 사회비평으로서의 시)
2) 個性的(자기표현으로서의 시)
3) 技巧的(재능의 발휘를 위한 문예 수업으로서의 시)
4) 直觀的(세계와 자신의 내면에 대한 관조의 구현으로서의 시)
위의 4가지 견해를 간단하게 요약해본다.(시대의 선후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모두에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형식적 기교적인 부분은 언급하지 않는다)
1) 道學的(道義敎育과 사회비평으로서의 시)
정통적인 儒家 또는 儒者들의 시경 및 기타 시에 대한 관점이다. 특히 공자의 시경에 대한 논평들이 대표적이며 시대에 따라 도덕적 정치적인 비판도 제기되었다.
첫째, 시는 개인의 덕성에 영향을 끼치는 도구이다. 그래서 음악과 같이 한 사람의 도덕적 품성을 공자의 이상인 중용에 이르도록 하는 절제적 영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므로 시는 溫柔敦厚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둘째, 시는 정부에 대한 백성들의 감정을 반영해야 하고 사회악을 고발해야 한다. 그러나 공개적으로 하기보다는 諷諭와 寓言을 사용한다. 시는 溫柔敦厚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외, 시를 짓기 위한 과정이나 수사 기교의 부분으로 詩經을 비롯한 경서와 사서 및 고인들의 작품들에 대한 학식이 필요하다.
2) 個性的(자기표현으로서의 시)
詩經 의 毛詩序에 [시란 것은 마음이 흘러가는 바를 적은 것이다. 마음 속에 있으면 '志(뜻)'라 하고, 말로 표현되면 시가 된다.(詩者, 志之所之也. 在心爲志, 發言爲詩)]라고 했고, 書經 에서 [시란 마음에 바라는 바를 말로 표현한 것이며, 노래란 가락에 맞추어 길게 말하는 것이다(詩言志, 歌永言)]이라고 한 내용은 앞의 교훈적인 시와 함께 유가의 이론 속에서 평형을 이루고 있다.
뜻(志)을 도덕적 이상에 결부시키면 志向•意志 등의 의미를 갖는 교훈적인 것이 되겠지만, 정신적•정서적 취향으로 푼다면 情懷•情欲•情緖 등의 의미를 갖는 개성적인 것이 될 수 있다. 즉 인간의 순수한 정서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면서, 재능을 과시하고 명성과 찬사를 얻기 위해 글을 수식하는 행태를 비판한다. 그래서 시란 金聖嘆의 말에 의하면, [마음 속에서 맺히고 혀 끝에 맴돌고 있는 것, 기어코 내뱉지 않고는 직성이 풀리지 않을 '한 마디'일 뿐]인 것. 袁枚의 말처럼 [시인은 동심을 잃지 않은 사람]으로 천성적인 감수성(性靈)을 강조한다.
3) 技巧的(재능의 발휘를 위한 문예 수업으로서의 시)
공자가 시경의 효용을 말하면서 조수초목의 이름을 많이 알게한다는 것이나 사신으로 나가서 대화를 잘 하게 한다는 부분이 있다. 어휘나 말주변에 도움이된다는 것이다. 어휘의 다양한 구사와 수사적 기교가 문학 연습의 단서가 된다는 측면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사회적 정치적 동기나 강렬한 정신적 자극 없이 박학을 과시하는데 열중하거나 정기 모임에서 주어진 제목에 같은 韻으로 화답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전대 시인들에 대한 모방과 변환이 강조되고 시작법•시의 형식적 제장치에 대한 탐구 등이 요구되었다. 漢代의 賦 작가들, 송대 시인 黃庭堅, 명대의 前後七子 등이 대표적인 작가들이다.
4) 直觀的(세계와 자신의 내면에 대한 관조의 구현으로서의 시)
시는 사물의 생명을 파고들며 그 정수와 그 정신을 구체화하는 것이라는 인식에서 나온다. 이상적인 시란 세계의 반영이며, 개인적인 정서와 의식적 예술품의 흔적을 떠나 자연을 모방하는 것이다. 情緖와 外景을 일체화하면서 나아가 사물의 정신까지도 파악하기를 요구한다. 그러한 시는 王夫之에 의하면 情景이 融合된 시이다. 대표적인 이론가는 嚴羽와 王夫之, 王士禎, 王國維 등이다. 그들의 시론은 神韻說로 통칭되기도 한다. 마치 [공중의 메아리(空中之音)]나 [물 속에 비친 달(水中之月)], [거울에 비친 영상(鏡中之像)]과 같이 포착하기 어렵고 정의하기 힘든 부분이 많으나 참선하듯이 스스로 관조하면서 영감과 직관 특히 돈오에 의존한다. 그래서 시라는 예술은 학식과 재주를 바탕으로 한 말로서는 전달되지 않고 妙悟의 섬광 속에서만 터득될 수 있다.
창작 방면에서는 직접적인 진술이나 기술을 통하지 않고 오히려 암시에 의하여 그 효과를 나타내도록 해야 한다. 이치에 얽매이지도 않고, 말의 통발에도 빠지지 않는 시, [말은 다했지만 뜻은 다함이 없는 것(言有盡而意無窮)]이 훌륭한 시이다.
다시 정리하면 그들이 말하는 시의 정수는 감정의 내면 세계의 묵시인 동시에 시인의 마음을 통해서 반영된 외부 세계의 구체화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4가지 관점이 따로 독립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리고 이 4가지 관점에 대해 서양 비평가들과 쉽게 연관을 짓거나 서양식 학파의 이름을 붙여서 해설할 수도 있을 것(도학적 시인을 '고전주의자Classicists', 개성주의적 시인을 '낭만주의자Romanticists', 기교주의 시인을 '형식주의자Formalists', 직관주의적 시인을 '상징주의자Symbolists'로 이름붙이기 쉽다)이지만 실수를 범하기 쉽다고 유약우씨는 말하고 있다. 각파의 장단점과 특징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피하니 {중국시학}을 참조하기 바란다.
이 4가지 관점의 시론이 서로 맞물리고 겹치는데 모두가 함께 공통집합을 이루는 부분이 있다면 그건 무엇일까? 필자의 견해로는 '자연스러움'이다. 정서의 가장 자연스러운 유출, 인위•작위의 흔적을 남기지 않고 山高水長 하듯이 '저절로 그러한 것'을 강조한다. 아무리 예법과 기교를 강조하더라도 그건 '자연스러움'의 기초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각 시대마다 견해를 달리하는 많은 시론가 그룹들은 동시대 기성세력의 지배적 경향에 반기를 들고 자신들의 이론을 제기하지만 이 대립하는 두 그룹은 그래도 '자연스러움'이라는 바탕은 버리지 못한다. 유가적 온유돈후를 강조하는 도학적 시인들도 자연스러운 性情의 유출을 말한다. 毛詩序의 앞 부분도 기실 그런 논조를 띤다. '자연스러움'에 반대될 것으로 여겨지는 기교적 형식주의적 시론의 대표자인 황정견의 시론도 최후로는 도연명과 같은 '자연스러움'으로 귀결된다. 그러나 유가의 자연 및 자연스러움과 노장의 자연 및 자연스러움은 다르다. '자연'과 '자연스러움'에 대한 찬미와 탐구는 노장사상이 앞서 있다.
4. 산수시와 시론
우리가 산수시를 다룰 때 가장 보편적으로 謝靈運, 陶潛, 謝 등을 중심으로 하는 초기 산수시와 孟浩然, 王維, 韋應物 등을 중심으로 하는 唐代 산수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산수화의 독립된 이념과 내면적인 바탕이 종병과 왕미에 의해 닦여지고 있을 때 시단에서는 도연명과 사령운이 그들의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도연명을 전원시인으로, 사령운을 산수시인으로 부르면서 자연에 근접한 점을 인정하고 있지만 시의 풍격과 시어 운용면에서 보면 차이가 크다.
문학사에서는 대개 위진남조를 한 시기로 묶는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두 시기는 다르다. 위진의 시가는 漢詩를 계승하여 전반적으로 시풍이 예스럽고 소박하다. 남조시가는 화려한 수식을 추구하기 시작한다.
도연명은 위진시기의 예스럽고 소박한 시가를 집대성한 시인이며 위진의 시가는 그에 이르러 절정에 도달했다. 사령운은 격률과 화려한 수식을 중시하는 기풍을 열었다. 이 시기의 변화의 핵심은 寫意(뜻을 씀)에서 摹象(형상을 그대로 그림)으로 바뀐 것이다. 사령운 이전의 중국시는 주로 寫意에 치중하였고 도연명은 최고의 명수였다. 그의 생활이 詩化되었고 감정도 詩話되었으므로 시를 짓는 것은 자연적인 발로였다. 그래서 朱憙와 蘇東坡는 [안배를 하지 않아도 마음에서 자연스레 흘러 나온다], [마치 바람이 수면을 스치듯 저절로 文理를 이룬다]고 말했던 것이다. 도연명은 비록 전원시인이라 일컫지만 작품 속에 경치를 묘사한 구절은 그리 많지 않다. 그의 시는 정감과 경물이 융합하여 하나가 된 경지를 쓴 것이지 산수를 모사하는데 전혀 뜻이 없었고 似와 不似., 形似와 神似에도 마음을 두지 않았다.
結廬在人境 사람 사는 곳에 초막 엮었는데
而無車馬喧 거마의 시끄러움 없더라.
問君何能爾 그대 어찌 그럴 수 있는가 하길래
心遠地自偏 마음이 머니 땅도 절로 외지더라 했지.
採菊東籬下 동쪽 울타리 아래에서 국화 따며
悠然見南山 유연히 남산을 바라본다.
山氣日夕佳 산기운 석양에 아름다운데
飛鳥相與還 나는 새 더불어 돌아온다.
此中有眞意 이 가운데 참뜻 있나니
欲辯已忘言 그 뜻 밝히려다 말 이미 잊었노라
도연명 시의 생명은 소박함과 평담함에 있으며 한마디로 하면 '자연스러움'이다. 황정견이 말한 것처럼 "번거롭게 재고 깎지 않아도 저절로 어우러지며", 元好問이 쓰고 있듯이 [이 어른이 어찌 시를 지었다고 하는가, 마음 속의 天理를 그대로 쓴 것 뿐(此翁豈作詩, 直寫胸中天)]임에 틀림없다. 그의 시는 자연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뜻을 그대로 드러낸 서정시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情趣와 理趣가 함께 배어 있어서 시의 의미가 심오하고 게시성이 풍부하다. 도연명 시어의 장점은 평담의 껍질 속에 타오르는 감정과 짙은 생활의 숨결을 함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령운에 이르러 산수는 이미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어 경물에 대한 섬세한 묘사를 의식적으로 추구하였다. 그래서 도연명의 시 속에서 서로 어우러지던 정감과 경물이 사령운의 시 속에서는 분리되었다.
화론에서는 인물화의 단계를 거쳐 形似를 뛰어넘는 神似를 추구하였으나, 시론에서는 개인의 정서가 아닌 자연경물에 대한 묘사가 우선시되므로 기교를 더욱 발휘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巖 嶺稠疊 바위 험준하고 고개 첩첩인데
洲 渚連 모래톱 맴돌며 물가로 이어지누나.
白雲抱幽石 흰 구름 그윽히 숨은 바위 감싸고
綠 媚淸漣 푸른 대나무는 맑은 물결 위에 아롱지네. [過始寧墅]
'巖 와 洲 ', '嶺과 渚', '白雲과 綠 ', '幽石과 淸漣', 그리고 '抱와 媚' 등 글자 다듬기에 노력했고, 대구를 즐겨 사용하면서 색채의 대비와 구도의 조화에 주의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는 산수와 자연물의 묘사가 있을 뿐 이렇게 짜임새 있는 구도 속에 시인의 정감을 밀어넣을 여유는 없어 보인다. 위로 향하는 시선은 제1, 3구에 배치하고 평행 또는 아래로 향하는 시선은 제2, 4구에 걸쳐 놓으면서 각각 크고 넓은 영역에서 작고 좁은 영역으로 공간의 변화를 주고 있어서 이 별장을 지나는 시인이 마치 경치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면서 상하좌우로 살피고 詩想을 인위적으로 정리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외 [연못에 봄풀 돋아나고, 정원 버드나무에 우는 새 바뀐다(池塘生春草, 園柳變鳴禽)]([登池上樓]), [들판 넓어 모래 언덕 깨끗하고, 하늘 높아 가을 달 밟구나(野曠沙岸淨, 天高秋月明)]([初去郡]) 등의 시에서도 사람들이 느끼기는 해도 표현해내지 못하는 인상을 말하면서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봄•가을의 특징을 드러내고 재현했다.
그러나 위진 이래의 산수화는 묘사 기법이 아직 성숙되지 못했다. 산수의 뜻을 그려낸 吳道子는 정밀하지 않게 산수의 대강을 그렸고 李思訓에 이르러 기교를 변화시켜서 세밀한 필법으로 靑綠山水를 창시하였다.
뛰어난 산수시인인 王維는 吳와 李 두 사람의 화법을 융합시켜 스스로 일가를 이루었다. 그는 부화함을 완전히 제거하고 묽은 먹물로 渲染을 해서 水墨山水畵를 창조하였다. 이러한 새로운 화풍은 후대에 미친 영향이 지대하여 왕유는 "文人畵"의 시조로 칭송되었다. 문인화가 유행하면서 詩意와 畵境이 자연스럽게 교감하게 되어 題畵詩가 흥성하는데 내적 동기를 부여하게 되었다. 문인화란 "문인이 그림을 그린다"라는 신분상의 외형적 분류보다는 가슴 속으로부터 추구하는 文氣의 수양과 그림에 임하는 자세 등에서 그 의미를 찾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일을 직업적이 아니라 여기로 여기면서 문학적 정취가 가득한 풍격과 사상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왕유의 시와 회화는 당연히 긴밀한 관계가 있다. 蘇軾이 [書摩詰藍田烟雨圖](마힐 즉 왕유의 남전연우도 그림에 씀)에서 가장 적절한 평가를 내렸다.
[왕유의 시를 맛보면 시 가운데 그림이 있고, 왕유의 그림을 보면 그림 속에 시가 있다.(味摩詰之詩, 詩中有畵. 觀摩詰之畵, 畵中有詩)]
왕유 그림의 특징은 비교적 강한 주관적인 서정성이 있다는 것으로, 그림 속에 그의 사상과 성격을 융해시켜 넣었다. 여기에서는 그의 그림을 제시할 수는 없고 다만 시를 통해 그의 그림을 보기로 하자.
회화는 색과 선을 매개로 삼아 시각에 호소하는 구체적인 형상을 지님으로써 보는 사람에게 직접적인 감응을 준다.
시는 언어를 매개로 삼는다. 그러나 언어는 조직화된 음성부호에 불과하다. 이러한 부호는 본래부터 사람에게 직접적인 감응을 줄 수 있는 형상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언어는 독자의 연상과 상상을 불러 일으켜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머리 속에서 빛•색•모습을 갖춘 구체적인 형상을 만들도록 한다. 언어 부호에 의해 야기된 형상은 비록 실재적이지 못하고 촉각적인 것이지만 그것들의 풍부함과 다채로움과 생동감은 눈으로 보는 실물에 결코 손색이 없다. 이것이 시가 지니고 있는 장점이기도 하다.
5언율시 [山居秋暝](가을날 저녁 산에서)의 중간 두 연은 자주 인용되는 시이다.
明月松間照 밝은 달은 소나무 사이를 비추고
淸泉石上流 맑은 샘물 돌 위로 흐른다
竹喧歸浣女 대나무 시끄러우니 빨래하던 아낙들 돌아가는지
蓮動下漁舟 연잎 흔들리는 걸 보니 고깃배 내려가는가 보다
시인은 가을날 해질 무렵 산촌의 경물 중에서 가장 특징 있는 4개를 선택하여 소묘에 가까운 수법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렇게 꾸미거나 수식을 덧붙이지도 않고 자질구레한 것은 독자에게 맡겨 스스로 상상하며 보충하도록 했다. 독자는 스스로 머리 속에서 화면을 만들고 전체 구도를 배치하면서 색감과 움직임과 소리와 원근까지를 한꺼번에 느낄 것이다. 이런 시는 왕유의 예술 특징을 아주 잘 드러낸다. 왕유는 경물의 주요 특징을 잘 파악하고 표현할 뿐 아니라 자신이 받은 가장 선명한 인상과 느낌을 돌출시켜 독자의 유사 체험을 유발하고 마치 그 풍경 속에 있다는 느낌을 받도록 한다. 화자는 어디에 있는가. 독자여, 그 어느 위치에서 이 가을 저녁의 호젓함을 만끽하고 있는가. 그리고 한시에서는 대부분 시제가 없다. 산수시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 4가지 경물 주위로 일어나는 잔잔한 움직임이나 변화가 기실은 시간적인 흐름이련만 하나의 공간 속에서 나와 같이 '그림처럼' 있다. 시간은 멈춰 있는데 저어기 연잎이 흔들리네! 이 저녁 빨래하고 돌아가는 아낙은 몇 명인가? 고깃배는 몇 척인지?
시가 언어예술이고 또 시간예술이라고 하지만 독자가 낭송하는 입장을 배제한다면 이 시는 언어로 그린 한 폭의 산수화이며 공간예술이다. 그래서 시를 無形畵(마치 그림 같기는 한데 필묵으로 그린 형태가 없는 그림), 有聲畵(그림을 그린 듯한데 필묵의 흔적은 없고 소리만 있는 그림)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시 같은 방식으로 5언율시 [漢江臨眺](한강을 내려보며)―어떤 판본에는 眺를 汎으로 된 곳도 있다. 그러면 '한강에 배 띄우고' 정도의 제목이 될 것―의 중간 두 연을 보자.
江流天地外 강물은 천지 밖으로 흐르고
山色有無中 산빛은 있는 듯 없는 듯
郡邑浮前浦 마을들은 앞 포구에 떠 있고
波瀾動遠空 물결은 먼 하늘에서 넘실댄다
강물을 묘사하는데 마치 천지 바깥으로 흘러가려는 듯함을 느껴 물의 흐름이 넓고 아득함을 표현하였다. 산의 모습이나 색은 푸르다고 말하지 않고 있는 듯 없는 듯하다(정확하게 말하자면, "있는 것과 없는 것 그 사이에 '있다'")고 말하여 남쪽 지방 강가의 마을의 공기가 濕潤하고 햇볕이 온화함을 표현하였다. 마을들은 물가에 있지만 물과의 경계가 희미하여 마치 떠있는 듯하다. 물안개 자욱한 듯한 遠景을 그려냈는데, 시인은 이미 취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시의 마지막 연에서 [양양의 이 바람 좋은 날에, 머물러 산에 사는 영감과 더불어 취하리라(襄陽好風日, 留醉與山翁)]고 한 것을 보면.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시인이 마지막 구절에서 술 마신다(마시겠다, 마셨다)는 말을 했다면, 아마도 이 시를 먼저 써놓고 마실 것인지, 마셔 취한 상태에서 쓴 것인지. 산옹은 그보다 연장인 孟浩然을 두고 하는 말이다. 별로 중요하지는 않지만 이렇게는 어떨까. [양양의 이 좋은 날들, 산옹과 더불어 며칠을 취하노라]
풍격이 좀 다른 시를 찾는다. 5언절구 [山中]을 보자.
荊溪白石出 형계엔 흰 돌이 드러나 있고
天寒紅葉稀 날씨 차가우니 붉은 단풍잎도 드물다
山路元無雨 산길엔 애당초 비가 오지도 않았건만
空翠濕人衣 파란 산기운이 옷을 적신다.
"흰 돌이 드러나 있다"는 것은 물이 얕은 것이며, "붉은 단풍잎 드물다"는 것은 날씨가 차다는 것이다. 산길에 아예 비가 오지도 않았는데 무엇 때문에 옷이 젖는가? 알고보니 파란 산기운인데, 파란 것이 너무도 아름답고 촉촉해서 마치 나의 옷을 적시고 있는 것 같다. 산과 나무와 계곡과 산 속을 산책하는 시인의 모습을 화폭에 담을 수 있겠지만 산의 정기인 嵐氣가 옷을 적시는 그림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경지이다.
사실 '詩中有畵'가 왕유의 독창적인 것은 아니다. 이미 보았듯이 謝靈運과 謝 의 시에도 그림이 있었다. 그러나 두 謝氏의 산수시는 形似로써 뛰어났지만 神似의 경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神韻과 氣象이 다소 부족하다는 것이다. 왕유의 '詩中有畵'는 形似와 神似의 통일이다. 객관적인 경물을 묘사했고 또 주관적인 정취도 표출했다.
그래서일까. 張岱는 재미있는 분석을 했다. 李白의 [靜夜思] 詩, [머리를 들어 밝은 달을 바라보고, 고개 숙여 고향 생각(鄕擧頭望明月, 低頭思故鄕)]에서 '思故'을 어떻게 그릴 수 있는가 묻고, 王維의 [山中] 詩 "荊溪白石出, 天寒紅葉稀"는 그릴 수 있지만 '山路元無雨, 空翠濕人衣'는 어떻게 그릴 것인지를 물었다. 그리고는 결론을 내리기로 詩는 '空靈'해야 妙詩가 될 수 있지 그림으로 그릴 수 있는 시는 오히려 눈 속의 금가루(眼中金屑)일 뿐이라고 했다. 아무리 금가루가 좋아도 눈에 들어가면 오히려 눈을 상하게 한다. 즉 그림으로 다 그릴 수 있는 시가 좋은 것은 아니라는 판정이다. 이 점에서 두 謝氏와 王維를 비교해도 괜찮을 것 같다. 張岱가 말한 바 그림으로 그릴 수 없는 부분이란 곧 神似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참 번역하기 힘든 '空靈'이란 말을 굳이 푼다면 '빈 듯 하지만 영혼이 있는 것처럼 활발해서 규정된 공간이나 틀 속에 담을 수 없는' 정도가 될 터이다.
앞에서 王維의 시를 감상하면서 독자 개인의 상상으로 그림을 그려보았다. 물론 기본적인 운필의 기초가 있어야겠지만 실제로 화폭에다 옮긴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런데 과거 그 옛날 중국의 화가들도 유명 시인의 시를 읽고 그것을 화폭이라는 구체적인 공간에다 형상화하는 작업을 했었다. 뿐만 아니라 궁중화가를 선발하기 위해서 치르는 시험으로 유명시인의 시를 제시하고 그에 맞추어 그림을 그리도록 했다. 기록에 보이는 최초는 顧愷之의 이야기인 것 같다. 고개지는 魏나라 말기의 뛰어난 시인 康(혜강: 223-262)의 4언시를 좋아하여 그 詩意에 맞추어 그림을 그리곤 했는데, [두 손을 움직여 다섯 줄의 거문고를 탄다(手揮五弦)] [돌아가는 기러기를 그윽히 바라보며 전송한다(目送歸鴻)]는 두 구절에 이르자 전자는 그리기 쉬우나 후자는 그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것은 畵龍點睛과 마찬가지로 눈을 그리는 것을 가장 요긴한 것으로 여겼다는 의미이다. 필자는 수년전에 봤던 笑傲江湖 라는 중국 무협영화의 한 장면을 기억한다. 선하고 음악을 즐기는 무림고수가 쫓기다가 상처를 입고 작은 배 위에서 마지막으로 거문고를 뜯으며 하늘을 올려보는데 그때 카메라 렌즈를 밑에서 위로 올려 잡았다. 상처 입고 죽은 오랜 친구를 옆에 두고 마지막 곡조를 힘들게 읊으면서 올려 본 하늘에는 흰 구름이 흘러가고 있었다. 필자는 그 순간 고개지를 생각했었다.
北宋의 유명한 화가 郭熙의 뒤를 이어 그의 아들 郭思가 편찬한 {林泉高致•畵意}에는 "詩是無形畵, 畵是有形詩"(시는 無形畵이며, 그림은 有形詩)라고 하면서 자신의 부친이 즐겨 암송하면서 그림으로 그릴만한 옛 시인들의 시들을 기록해놓고 있다.
1) 中唐 초기 韋應物의 시 [ 州西澗]에서 [봄 조수 비를 머금어 저녁되자 더 빠른데, 나루터에 사람은 없어 배만 홀로 비껴 있다(春潮帶雨晩來急, 野渡無人舟自橫)]가 그 속에 포함되어 있는데, 南宋 鄧椿의 {畵繼}에서 기록하기를 畵家를 선발할 때 5언으로 줄여 만든 詩題 [들 나루 건널 이 없어, 외로운 배 종일 비껴 떠있다(野水無人渡, 孤舟盡日橫)]를 주고 그리게 하였다고 한다. 2등부터는 빈 배를 언덕에 매어놓은 것이 많고, 혹은 배현에 백로를 그려넣거나 거위를 배뒷전에 그려넣는 정도의 재치를 부렸다. 1등은 배 주인을 그렸는데 선미에 누워 피리를 가로로 불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 그 뜻은 주인이 없지는 않고 단지 행인이 없음을 드러낼 뿐이지만 딴은 배가 매우 한가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2) 南宋 陳善의 시 [ 蝨新話]에서 [연두빛 가지끝에 붉은 점 하나, 애끓는 봄빛 많을 필요는 없다오(嫩綠枝頭紅一點, 動人春色不須多)] 많은 화공들이 다투어 꽃 위에 봄빛을 그려넣었지만 모두 선발되지 못하였으나 오직 한 사람 높은 정자 아득하고 푸른 버들이 짙은 곳에 아름다운 부인이 난간에 기대어 서있는 것을 그렸다.
3) [꽃을 밟고 돌아가니 말발굽이 향기롭다(踏花歸去馬蹄香)]
여러 마리의 나비가 말 뒤를 따라 날아가는 것을 그렸다.
4. [만가지 푸른 떨기 속에 붉은 한 점(萬綠叢中一點紅)]
楊柳臺에 한 미인, 桑園에 한 여인, 또는 萬松一鶴(수많은 소나무에 학 한 마리). 그러나 劉松年은 수없이 파도치는 바닷물을 그리고는 바다 속에 둥글고 붉은 해를 그려 넣었다.
詩意를 참작해서 그림을 그리는 일과 그림을 보고 시를 짓는 일이 많아지면서 이른바 題畵詩가 양산되었다. 그래서 시를 無形畵•有聲畵, 그림을 有形詩•無聲詩라고 바꾸어 부르기도 했던 것이다. 남송의 孫紹遠은 唐 이래의 제화시를 수집하여 책을 만들어서 {聲畵集}이라 이름하였고, 송말의 명화가이던 楊公遠은 시집 {野趣有聲畵}를 自編했는데 시인 吳龍翰이 서를 쓰기를 [그리기 어려운 경치를 그리고나서 시로써 도움을 주며, 읊기 어려운 시를 읊어서 그림으로 보충한다.(畵難畵之景, 以詩湊成. 吟難吟之詩, 以畵補足)]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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