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겨울의 길목에 들어선 듯 하다.
올 해 만큼은 가을이 길었으면 하는 기대는
헛된 바램이 된 듯 하다.
그 어느 해 보다 짧았던 가을은 지나고
마음을 어지럽히던 복잡한 생각들을 채 정리도 하기 전에
어느새 겨울이 소리도 없이 찾아온 것이다.
한치도 물러섬도 없는 자연의 냉정한 질서가 무심하게 느껴진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겨울 맞을 채비를 전혀 하지 못했음에
스스로 아쉬워하고 있을 즈음 내 방에서는 오래전부터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가 흐르고 있었다.
영 멀어져 가는 가을을 그토록 안타깝게 붙잡고 싶어하면서도
내심 겨울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무의식적으로 걸어 놓은 음반이
겨울의 한 복판을 걷고 있는 나그네의 설움이라니....
미지의 사람으로 왔다가 또다시 떠나간다.
얼어붙은 눈물이 볼을 타고 떨어진다.
이제 나는 여로의 일정을 정하지 못하고
어둠 속에서 혼자만의 길을 찾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 달빛을 의지하고 흰 풀밭에 새겨진
짐승의 발자국을 따라서 나는 간다.
깜깜한 어둠 속에 눈을 감아 보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운 것일까?
눈물이 차디찬 아침 이슬처럼 얼음으로 변해 버리다니.
그 눈물은 겨울의 얼음도 모두 녹여 버릴 것처럼
뜨겁게 가슴에서 끊임없이 솟아나고 있다.
넘치는 눈물은 눈 위에 떨어진다.
찬 눈은 주린 듯 내 뜨거운 탄식을 마신다.
그리운 그 이름과 그 날 그 때를 나는 여기에 묻고 싶다.
그러나 겉으로는 얼었지만
밑바닥에는 맑은 물이 끊임없이 넘치는 것을 어쩌란 말인가?
세상에 얼은 눈을 내내 밟아 왔건만 발 밑은 불타는 듯한 것이다.
방황에는 익숙하니 여기서도 빠져나갈 수 있겠지.
길을 잃고 헤매도 가다보면 길은 뚫릴 테니까.
강물이 결국 바다로 흘러가듯이 내 슬픔에도 끝은 찾아오겠지?
나는 내 길을 가야만 한다.
일찍이 돌아온 자 없는 그 길을,
다시 겨울 나그네 되어......
겨울은 이렇게 소리없이 나에게 찾아오고 있었다.
2002년 10월 25일
미시간 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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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esco 
